[기고] 어찌 잊으랴 한국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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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찌 잊으랴 한국혼을 ……
  • 김철홍 자유기고가
  • 승인 2024.05.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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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자유기고가
김철홍 자유기고가

오늘은 산과 들에 신록이 일기 시작하며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고.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는 입하(立夏)다. 또 어린이날이다. 그런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아이들에겐 아쉬운 날이다.

다행히 어제 5월 4일 토요일, 고등학교 졸업한 지가 나이로 치면 40대 중반이 넘는 친구들 모임을 매월 저녁에 들던 술 잔 대신, 1년에 한 번은 울창한 숲과 호젓한 흙길, 아담한 호수로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린 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을 가볍게 걷고 호국영령들을 추모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이를 실천하게 되었다.

10시 30분 현충원 보훈매점 앞에서 참석자명부의 영근이부터 … 대운이까지 모처럼 함께하는 소중한 벗들의 향연을 위해 미소 가득한 얼굴과 따스한 손을 잡았다.

건철이 친구는 오는 도중에 접촉사고로 참석이 어렵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몸이 상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세상 뜻대로 되는 게 없나 보다.

일단 친구들 집결이 끝나고 ‘한국혼은 어디에 있는 가 …·.’ 둘레길 기념비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매일 이 곳을 찾았다는 병홍이 친구를 선두로 정해진 코스를 따라 출발했다.

날씨는 오늘 어린이날과 정반대인 화창하고 트레킹에 그야말로 딱 좋았다. 친구들끼리 서로 담소를 나누면서 우리 일행과 마주치는 나들이객들과도 가볍게 인사도 나누는 마음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좋은 날씨로 날을 참 잘 잡았다.”는 호평과 “내일은 어린이날인데,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어 손주 손 잡고 가려던 나들이 계획이 걱정이다.”라는 푸념도 들을 수 있었다.

둘레길 코스가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울창한 숲에 곱게 내려 앉은 낙엽의 푹씬푹씬한 쿠션 덕에 가벼운 발걸음이 더욱더 평온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고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호국영령 묘역을 볼 수 있기에 한편으론 경건한 마음과 함께 자기 수양하듯 마인드컨트롤이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도록 빨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윤우 친구는 그 동안 3보 이상 승차했기에 이렇게 많이 걷긴 처음이란다. 당이 떨어졌다고 장익이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문다. 정말 나이는 못 속이는 청년 노인 친구들이다.

제1장군 묘역 부근을 통과하면서 몇 년 전 그 곳에 묻힌 분들을 둘러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38년 전 모셨던 여단장님이 여기에 계신데, 당시에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거 같지 않은 매서운 분으로 널리 알려졌었고 필자보다 훨씬 적은 나이에 작고하셨기에 인생무상을 느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장교묘역에 있는 동기생 장영동 소령의 순직 일화까지.

그러다 보니 작년 7월 눈물의 영결식으로 잘 알려지고 이곳에 묻힌 채수근 해병 상병 관련 유족과 국민들의 상당수가 요구하는 특검법 통과에 대해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보수층도 돌아서게 한 정치인의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역대급 망언까지 언급이 되었다.

이제 현충일(顯忠日)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충일은 '충렬을 드러내는 날'이라는 뜻으로 매년 6월 6일을 민족과 국가의 수호 및 발전에 기여하고 애국애족한 열사들의 애국심과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치고 나라를 위해 희생된 모든 이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이다.

미국의 참전용사 및 군인에 대한 예우는 국가적인 중요성을 가지며, 현충일은 그중 하나로써 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그들이 희생한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는 날이다. 또한 미국 국민들에게 국가적인 의무와 존경을 상기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전쟁유공자를 각별히 예우하는 대표적 국가다. 미국의 참전용사들은 장애 보조금, 연금, 교육, 의료서비스, 주택자금융자, 보험, 장애인 직업 재활 및 고용, 장례 지원 등의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또한 지인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 들은 ‘미국의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와 존경이 미국의 강점이고 눈에 뜨일 정도로 특수하다는 일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도 매년 시절인연들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선후배 및 동기생을 찾아 추모하곤 하지만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처럼 늘 가슴 한 구석이 메인다.

기태 친구는 예식이 있어 먼저 자리를 떴지만, 소나무와 대나무 숲의 피톤치드 흠뻑 마시면서 정서연금도 받고 맛난 오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추억의 배낭 속에 짊어지는 힐링 덕분에 10년은 젊어졌다고 싱글벙글하는 친구들과의 정말 소중하고 의미있는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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